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중모리] 그때에 사슴이 발론하되 근래 인간이 하 무서워 짐승을 잡아먹기 온갖 꾀가 다 생기고 산중에 수목이 없어 은신할 곳 없어지니 각기 의견 들어 보면 방책이 있을런가 이 모임을 했사오니 수령님의 좋은 꾀를 일러 주옵소서 [아니리] 호랑이가 수령 말을 듣더니마는 거두룸을 피우며 오늘은 노소고하를 막론하고 자세히 말해 보라 토끼가 여짜오되 [자진모리] 사냥개라 허는 것은 같은 우리 모족(毛族)으로 사람 집에 기식허니 제 무슨 아첨으로 내 잘 맡는 자랑허여 심산궁곡 층암절벽 찾고 찾어 들어와 동제 간 살해만 허니 수령님 이후로는 사냥개를 있는 대로 다 잡어 잡수오면 그 덕이 모든 금수에게 미치오리다 [아니리] 호랑이 듣더니만 다 잡어 먹었으면 네 원통함도 풀고 나도 배부른 꼴을 보련마는 일등 포수가 따러다녀 어설피 물랴다가 조총에 불이 번듯 탄환이 쑥 나오면 거 내 신세는 어쩔 것이냐 때에 별주부 저기 토 선생 계시오 부른다는 것이 수로 팔천 리를 아래턱으로 밀고 오자니 아래턱이 빳빳허여 토 자가 살짝 늘어져 호 자로 되였것다 저기 호 생원 계시오 불러 놓으니 첩첩산중 호랑이가 생원 말 듣기는 제 평생 처음이라 ⓐ 내려오는듸 [엇모리]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승이 내려온다 누에머리를 흔들며 양 귀 찢어지고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득 한 발이 남고 동아 같은 뒷다리 전동 같은 앞다리 새낫 같은 발톱으로 엄동설한 백설 격으로 잔디 뿌리 왕모래를 좌르르르 흩으며 주홍 같은 입 벌리고 홍행행 허는 소리 산천이 진동하고 강산이 뒤눕고 땅이 뚝 꺼지난 듯 자라가 ⓑ 목을 움치고 가만히 엎졌을 제 [아니리] 호랑이가 척 내려와 이것 무엇인고 이리 보아도 둥굴 둥굴 저리 보아도 둥굴 둥굴아 하고 불러도 대답이 없것다 옳다 이것 한 입가심 허여 볼까 자라가 ⓒ 여보 당신이 뉘라 허시오 호랑이 깜짝 놀래 에끼 이것 보아라 도리줌치 속에 배암 잡어 넣어 놓은 것같이 생긴 것이 인사성은 밝네 나는 ㉠ 지키는 호 생원 어른이로다 자라가 호랑이란 말을 듣고서 겁짐에 바로 일러 나는 명색이 자라 새끼요 [중모리] 호랑이 ⓓ 얼시구나 좋을시고 내 평생에 원하기를 왕배탕이 원일러니 오늘날 만났구나 맛진 진미를 먹어 보자 으르르르앙 허고 달려드니 자라 듣고 깜짝 놀래여 아이고 내 자라 아니요 이놈 그러면 무엇인고 내가 두꺼비요 두꺼비 같으면 더욱 좋다 너를 산 채로 불에 살라 술에 타 먹었으면 만병회춘 명약이라니 너를 먹으리라 아이고 내 남생이요 남생이 같으면 더욱 좋다 습기에는 제일이라 허니 너를 산 채로 먹으리라 [아니리] 별주부 듣고 기가 막혀 이 급살 맞어 죽을 놈이 동의보감을 얼마나 통달허였는지 보는 대로 약 취해 먹기로만 드니 기왕 죽을 바에는 속임수나 한번 써 보고 죽을 밖에 없구나 허고 목을 길게 내놓으며 네 이놈 호랑아 내 목 나간다 호랑이 ⓔ 에끼 이것 목 나온다 고만 나오시오 하루 수천 발 나오겠소 대체 당신 명색이 무엇이오 나는 수국 전옥주부 공신 사대손 별주부 별나리로다 이놈 내 목 이 모양 된 내력을 들어 보아라 [자진모리] 우리 ㉡ 퇴락허여 영덕전 새로 질 제 일천팔백 칸 기와를 내 손으로 올리다가 추녀 끝에 뚝 떨어져 목으로 잘칵 꺼꾸러져 이 모양이 되얏기로 명의다려 문의한즉 호랑이 쓸개를 열 보만 먹으면 목이 즉효헌다기로 우리 수궁 도리랑 귀신 잡어 타고 호랑이 사냥을 나왔더니 쓸개 한 보 못 주겠느냐 도리랑귀신 게 있느냐 이 호랑이 배 갈라라 앞으로 기어 들며 도리랑 도리랑 허고 달려들어 호랑이 아랫도리를 꽉 물고 뺑 돌아 놓으니 [아니리] 호랑이 ⓕ 아이고 별나리 이것 좀 놓아주시오 이놈 잔말 말고 쓸개만 내놓아라 호랑이 그 육중헌 놈이 자라에게 매달려 애걸을 허는듸 [중모리] 별나리 전에 비나이다 나는 오대독신으로 오십이 다 되도록 슬하 일점혈육이 없소 만일 내가 죽게 되면 선영에 죄가 망극허오 차라리 내 왼눈이나 하나 빼 잡수시오 이놈 잔말 말고 쓸개만 내놔라 여기만 놓아주면 당장에 쓸개를 드리리다 [아니리] 별주부 가만히 생각한즉 쓸개 주겠다고 놓아 달라는 것이 얼주검이 된 모양이라 꽉 물었던 호랑이 아랫도리를 슬그머니 늦춰 놓으니 [휘모리] 호랑이 몽그랏다 후다닥 뛰어갈 제 급한 난리 화살 닫듯 조총에서 철환 닫듯 오림에서 조조 닫듯 산을 넘고 바다 건너 홀연히 간 곳 없네 [아니리] 전라도 해남에서 냅다 뛴 놈이 의주 압록강 가에서 숨을 내쉬고 한편을 살펴보는데 남생이 한 마리가 뾰쪼롬허고 내다보니 별주부로 알았것다 에끼 저놈 그 새 저기 쫓아왔구나 게서 또 후다닥 빼 놓은 것이 함경도 ㉢에다 덜럼 올라앉어 장담을 허것다 내 용맹이나 된 게 여기까지 살아왔지 잡놈 같았으면 하마 그놈 뱃속에 굳었으렷다 - 작자 미상, 「수궁가」 -
21.다음에 제시된 선생님의 설명을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선생님: 「수궁가」는 우화에서 판소리 사설로 발전한 작품입니다. 동물들이 인물로 등장하는 우화 속 세상에 청중의 현실 속 다양한 요소를 중첩하는 방식으로 이야기의 변모가 이루어졌어요. 이로써 부정적 면모를 지닌 다양한 인간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거나, 현실감을 부여하여 인물이 처한 상황을 강조하거나, 현실이라면 불가능한 상황을 가능한 것으로 과장되게 표현하여 청중의 흥미를 높였어요.
① ‘사냥개’에 대한 토끼의 평가에서, 현실에서 사냥개가 사람에게 길들여진 것을 우화 속 상황에 중첩함으로써 강자의 환심을 사 이익을 얻는 인간에 대한 비판이 드러남을 알 수 있군. ewline ② 자라가 ‘동의보감’을 떠올린 데서, 현실의 의서를 우화 속 상황에 중첩함으로써 명약을 탐하는 속내를 지식을 내세워 숨기는 위선적 인간에 대한 비판이 드러남을 알 수 있군. ewline ③ ‘포수’에 대한 호랑이의 태도에서, 현실의 인간이 지닌 힘을 우화 속 인물들의 위계질서에 중첩함으로써 권력자가 상대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 위신을 잃는 상황이 강조됨을 알 수 있군. ewline ④ 호랑이가 ‘선영’을 언급한 데서, 현실의 윤리를 우화 속 인물이 내세운 구실에 중첩함으로써 자손의 도리를 말하며 곤란한 처지를 벗어나려는 인물의 절박한 상황이 강조됨을 알 수 있군. ewline ⑤ 호랑이가 ‘해남’에서 ‘압록강 가’까지 뛴 데서, 현실의 지명을 우화 속 공간에 중첩함으로써 실제라면 단숨에 닿기 불가능한 거리를 이동하는 상황이 과장되게 표현된 것임을 알 수 있군.
[THOUGHT]
- ① 사냥개가 “사람 집에 기식”하며 아첨으로 동족을 해친다는 설정은, 현실의 ‘강자에게 붙어 이익을 얻는 인간형’을 우화에 겹쳐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② 제시문에서 ‘동의보감’을 언급하며 약효를 따지는 쪽은 자라가 아니라 호랑이(“이 급살 맞어 죽을 놈이 동의보감을 얼마나 통달…”)이므로, “자라가 동의보감을 떠올린”이라는 감상 자체가 텍스트와 어긋난다. 또한 호랑이의 탐욕이 ‘지식’으로 포장되는 모습에 가깝다.
- ③ 포수·조총을 두려워하는 호랑이 모습은 현실 인간의 힘을 겹쳐 권력자의 위신 상실을 강조한다.
- ④ ‘선영’과 혈육을 내세우는 것은 현실 윤리를 빌려 절박함을 강조한다.
- ⑤ 해남→압록강 같은 실제 지명과 비현실적 이동을 결합해 과장으로 흥미를 높인다.
따라서 적절하지 않은 것은 \boxed{②}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