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8.15 이후의 비극은…… 주민들이, 그러니까 국민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되는 가운데에 그 마을과 동네가 이루어지고 역사가 이루어져 왔다는 바로 그 점에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앞으로도 그럴까요? 적어도 이 독가촌에서만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겁니다.” ㉠ “역사에 관해서 말씀을 하시니, 나는 무식하고 먹고살기에 바빠서. 도무지 그런 얘기라는 것이…… 글쎄요.” 허명두 씨는 하품을 하였다.
- \text{[A}] { “실례지만 선생께서는 8.15 직후에 무슨 청년당 일에……?” 온 씨의 어조가 진지한 것이 아니었다면 허명두 씨는 욕설을 퍼부어 네가 무슨 사찰 요원이냐고 따질 뻔하였다. 하지만 허명두 씨는 오랜만에 증오가 되살아나서 온 씨를 냉담하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8.15 직후라? 그때 참 별의별 못난 것들이 제 세상 만났다고 착각하며 날뛰었지요.” “역시 그러셨구만.” “왜? 나를 본 적이라도?” “많이 보았지요. 지금도 많이 보고 있고, 이봐요. 허 선생. 더 이상 서툰 짓은 하지 마시오. 당신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다들 알고 있소. 그런데 이제 당신 같은 사람들이 날뛰던 시대는 서서히 지나가고 있는 거요. 우리의 피땀으로 이룩한 독가촌을 가지고 서툰 짓을 벌이려고 하다가는 당신이 온전치는 못할 거요.” “나한테 협박을 하는 것이라면…… 그런 협박은 하나도 무섭지 않으니 어디 한번 해볼 대로 해보라지.” 허명두 씨는 증오를 억누르며 말했는데 온 씨도 거연히 일어났다. “내가 한 말 명심하시오. 당신 같은 사람이 날뛰던 시대는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
그러고 나서 온 씨는 가 버렸는데, 독가촌 일대에는 금방 그 소문이 돌 대로 돌았다. 온 씨가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를 퍼뜨렸기 때문이었다. 허명두 씨로서는 마지막 안간힘을 내어 그가 일으켜 보려는 이번 싸움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온 씨의 말이 단순한 협박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 이러한 사단이 벌어지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심심산골, 불모의 황무지였던 이곳 독가촌 일대가 하루아침에 각광을 받는 지대로 둔갑이 되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특히 독가촌은 오늘의 달라진 인문지리의 환경으로 따져 보았을 적에 고속도로와 접속이 되게 될 교통 요충지가 되었을 뿐 아니라 관광지로서의 좋은 조건을 모두 구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략 부분 줄거리] 허명두는 온 씨와의 언쟁 전에 있었던, 외부 기업 측으로부터 독가촌의 주택 매입을 요청받은 일을 회상한다. 행정 당국은 지목(地目) 변경은 해 두었지만 서류상으로는 그 모든 가옥들이 무허가 주택이나 다름없었으며, 따라서 집들의 매매는 권리금에 다름이 아니었다. 물론 불하를 내게 될 적에는 이미 지어진 집 임자에게 기득권을 부여하게 될 터이었다. 허명두 씨가 관청을 들락거리고 야금야금 집들을 사두게 된 것이 이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그는 ⓑ을 듣고 찾아온 온 씨와 만나 언쟁을 벌이게 되었던 것이지만, 온 씨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 그러니 두메산골이었던 곳을 피땀 흘려 오늘의 독가촌으로 개척해 온 이곳 사람들이 이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틀린 말일 수는 없는 것이었다. 더구나 농촌 부락으로서는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는 터전도 굳혀 놓은 게 사실이었다. 온 씨의 주장은 옳은 것이었다. 허명두 씨의 입장에서도 그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피땀 흘려 가꾼 땅이 도시의 온갖 잡것들이 논다니를 치는 관광지로 되려는 것을 어찌 귀농 개척자들이 가만 보고만 있을 것인가. 하지만 그런 사리만을 가지고는 모자라는 것이 현실인 것이고, 그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 놓고 있는 게 무엇이겠느냐를 따져 보면서 허명두 씨는 웃음을 짓는 것이었다. 대한청년단 시절의 일하며 화랑동지회의 체험들을 그가 요 근래 부쩍 회상해 보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 온 씨가 찾아와서 자신에게 하였던 말을 그가 곰곰 생각해 보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제 당신 같은 사람들이 날뛰던 시대는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는 말을 그는 물론 실감으로 받아들이고는 있으되, ㉤ -박태순, 「독가촌 풍경」-
- \textless보기\textgreater를 참고하여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textless보 기\textgreater 윗글에서 서술자는 부정적 인물인 허명두에게 초점화하여 그의 내면을 서술하였다. 이를 통해 허명두가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일반화하거나, 주어진 상황을 주관화하거나, 상대의 생각을 헤아리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는 인물의 생각을 타당한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인물의 태도를 드러내어, 서술의 이면에 그 부정성에 대한 서술자의 비판이 함께 있음을 보여 준다.
① ㉠: 인물과 상대를 ‘두 종류의 인간군’으로 일반화함으로써 상대와의 인식 차이가 좁힐 수 없는 것임을 드러내어, 상대와 소통이 어렵다는 인물의 생각이 타당한 것처럼 서술하였다.
② ㉡: 마을의 상황을 ‘싸움’으로 주관화함으로써 상대가 추구 하는 ‘사리의 옳음’이 싸움에서 이기는 데에 유용하지 않음을 드러내어, 인물의 생각이 타당한 것처럼 서술하였다.
③ ㉢: 상황 변화가 ‘안정’을 위협한다는 상대의 생각을 헤아림 으로써 변화의 부정성을 인정하면서도 무엇이 변화의 원인인지 는 달리 보아, 인물의 왜곡된 시선이 드러나도록 서술하였다.
④ ㉣: ‘실리’를 추구한 측이 언제나 우위를 차지했다며 과거의 경험을 일반화함으로써 현재 상황에서도 실리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합리화하여, 인물의 생각이 타당한 것처럼 서술하였다.
⑤ ㉤: ‘그것’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아직’은 유효하다고 주관화 함으로써 현실의 변화를 인식하면서도 기존의 선택을 고수하여, 인물의 자기중심적 태도가 드러나도록 서술하였다.
이 문제는 <보기>의 관점을 바탕으로 소설 속 인물(허명두)의 내면 심리와 서술 방식을 분석하는 문제입니다.
단계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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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분석:
- 서술자는 부정적 인물인 허명두에게 초점화하여 서술합니다.
- 허명두는 자신의 생각/경험을 일반화하거나, 상황을 주관화하거나, 상대의 생각을 헤아립니다.
- 이러한 서술은 인물의 생각이 그럴듯해 보이게(타당한 것처럼) 만들지만, 동시에 인물의 자기중심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내어 독자로 하여금 비판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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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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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적절함): 허명두는 자신과 온 씨를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종류의 인간군'으로 일반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통의 부재를 상대방과의 근본적인 차이 탓으로 돌려, 소통하려 하지 않는 자신의 태도를 정당화(타당한 것처럼 서술)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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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 (적절함): 허명두는 마을을 지키려는 온 씨와의 갈등 상황을 '싸움'으로 주관화하여 규정합니다. 싸움에서는 이기는 것이 중요하므로 '명분이나 사리의 옳음'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비도덕적인 태도를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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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 (적절하지 않음):
- ㉢ 부분은 허명두가 온 씨(상대)의 입장을 헤아려 보는 대목입니다. "외부의 자본에 의해 관광지로 돼 버린다면... 이 사람들은... 방황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라며 상대방의 논리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 이어지는 문장에서 "온 씨의 주장은 옳은 것이었다. 허명두 씨의 입장에서도 그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라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 즉, 허명두는 변화의 부정성(주민들의 방황)을 인정하고 있으며, 변화의 원인(외부 자본, 관광지 개발)에 대해서도 온 씨와 다르게 보고 있지 않습니다. 그는 온 씨가 지적한 원인과 결과를 모두 '옳다'고 인정합니다.
- 다만, 그는 그러한 현실 인식 위에서 '명분' 대신 '실리'를 택하는 부정적인 인물일 뿐입니다. 따라서 "무엇이 변화의 원인인지는 달리 보아"라는 설명은 텍스트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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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 (적절함): 허명두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측이 항상 이겨 왔다'고 역사를 일반화합니다. 이를 통해 현재 상황에서도 도덕적 명분보다 자신의 이익(실리)을 챙기는 것이 옳다고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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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 (적절함): 온 씨가 말한 '당신 같은 사람이 날뛰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변화를 인식하면서도, '아직은 완전히 지나간 게 아니다'라고 상황을 주관화하여 해석합니다. 이를 통해 마지막 한탕을 노리는 자신의 선택을 고수하는 자기중심적 태도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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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에서 허명두는 상대방의 생각(외부 자본 유입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을 헤아리며 그 주장이 옳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원인을 상대방과 다르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를 알면서도 이익을 위해 이를 무시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따라서 "무엇이 변화의 원인인지는 달리 보아"라는 설명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boxed{③}